햅쌀, 두루두루 자세히 보니 더 맛있다


햅쌀은 언제 나오나,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오는 11월 12일부터 햅쌀 공급을 시작합니다. 햅쌀 공급이 예년보다 늦어진 이유에 대해 먼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를 통해 한 번쯤은 접했겠지만, 올해 쌀 생산량이 태풍에 따른 백수 피해 등으로 3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당장 지난해보다도 3.6%나 감소한 양입니다.


‘쌀밥을 먹는다’는 의미

쌀 생산량이 줄어든 만큼 공급 가격을 인상하면 간단한 일입니다. 그렇지만 쌀을 그렇게 단순한 문제로만 볼 수는 없었습니다. 주식인 쌀의 가격이 오르는 만큼, 조합원 부담은 늘어나서입니다. 그리고 매년 쌀 재배 농가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친환경 쌀 생산을 지속시킬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든다고 하지만, 쌀은 여전히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입니다. 먹거리 기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태적인 가치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논은 홍수를 조절하며, 물 부족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매년 소양감댐의 8배가 넘는 지하수(157억 5천만 톤)를 품어줍니다. 더불어 공기와 물을 맑게 하는 구실도 합니다. 그리고 논은 메뚜기를 비롯해 300여 종이 넘는 식물과 동물이 살아가는 터전입니다. 이러한 논의 생태적 가치도 무척 소중합니다. 그런데 쌀 재배 농가와 논이 사라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무농약 쌀과 유기농 쌀을 함께 공급합니다

여성민우회생협의 고민은 2가지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조합원의 가계 지출 부담을 덜 수 있게 쌀 가격을 안정시키고, 친환경 쌀 생산자의 지속적인 생산을 보장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 끝에 2012년 산 햅쌀은 홍성 등 충남지역에서 자란 무농약 쌀과 경기 안성의 유기 쌀을 함께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무농약 쌀도 ‘인증’만 무농약 인증일뿐, 기르는 과정에서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는 2014년에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조합원들의 소비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기 인증을 받을 수 있게 해 친환경 쌀 재배를 지속·확대하고, 조합원들은 안정적인 가격으로 친환경 쌀을 이용하게 하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동시에 조합원의 이용을 통해 친환경 쌀과 논의 가치를 지키는 일이 될 것입니다.


맛있는 밥맛을 위한 노력

밥맛은 쌀의 품종과 재배 방법 등에 따라 차이가 납니다. 이번에 공급하는 2012년 무농약 햅쌀은 ‘삼광’ 품종입니다. 지난 2009년 정부가 최고 품질 품종으로 지정한 8개 품종 중 하나입니다. 이전까지 충남 지역에서는 전국 쌀 재배 면적 1, 2위를 차지하는 호품과 추정 품종을 재배했습니다. 그런데 호품과 추청이 충남, 특히 홍성 지역의 기후와 토양 등 재배 환경에 딱 맞는지에는 의문이 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생산자들은 지역 특성에 가장 잘 맞는 품종을 찾기 위한 노력으로 ‘삼광’ 품종을 재배했습니다. 
밥맛을 결정짓는 다른 중요한 조건은 도정하지 않은 쌀을 어떻게 보관하는지와 도정 시기입니다. 여성민우회생협은 온도를 10℃ 정도로 유지하는 저온창고에 보관합니다. 그리고 주문량만큼만 그때그때 도정을 해 공급합니다.


한국인은 밥심(心)이다

요즘은 밥 대신 식사대용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많아져 쌀 먹을 일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한 끼를 먹더라도 제대로 된 밥을 먹어야 한국인의 ‘밥심(心)’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 밥 한 그릇으로 우리의 땅과 생산자, 나아가 쌀을 주식으로 반만년을 살아온 우리의 깊은 전통을 지킬 수 있습니다. 밥에 담긴 자연 만물과 사람의 소중한 마음(心). 진짜 ‘밥심(心)’은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게 아닐까요. 쌀이 주는 자연의 풍성한 기운을 2012년 여성민우회생협 햅쌀과 함께 누리세요.


지속적인 쌀 생산을 고민하고, 생산자를 배려하는 가격 정책

지독한 가뭄과 연이은 태풍으로 올해 모든 농사가 쉽지 않았습니다. 벼농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삭과 쭉정이만 남는 백수 피해로 도정 후 실제 쌀 공급량이 얼마나 될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정확한 생산량은 도정 후 공급을 시작하고 2주 정도 되어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11월 12일부터 공급하는 무농약 햅쌀은 한시적으로 올해 전환기 쌀 가격과 같은 가격에 공급합니다. 만약에 도정 후에 실 생산량이 예상량보다 적으면 공급 가격을 조정해 생산자에게 제 값을 주려고 합니다. 쌀 가격이 바뀌면 생활재 안내지와 홈페이지를 통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먹거리 기본권이란?

모든 국민은 기본적으로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이를 ‘먹거리 기본권’이라 합니다. ‘먹거리 기본권’은 국민이면 누구나 건강하게 살아야 하며(건강권), 그 먹거리를 외국에 종속되지 않고 자국 스스로 생산하고 유통하는 주권을 가지며(식량주권), 계층과 지역에 상관없이 누구나 어디서나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아야 함을 포괄하는 개념입니다. 

쌀 생산량이 감소하고, 재배농가까지 줄어드는 지금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식량 가격이 다국적기업이 점령하고 있는 세계 곡물 시장의 가격 변동에 큰 영향을 받게 되고, 곡물 가격 폭등으로 인한 쌀과 잡곡류 등의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게 됩니다. ‘먹거리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쌀 재배 농가의 생산을 보전해 주고, 쌀 소비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