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고구마

오래전 아버지가 퇴근길에 안고 들어오던 종이 봉지와 그 담겨 있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노란 고구마. 할머니가 화롯불에 구워 주던 군고구마. 긴 겨울밤 아랫목에 모여 앉아 이불 덮고 가족이 함께 먹던 고구마. 간식거리가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고구마처럼 추억과 향수가 담긴 간식은 많지 않다.

그 옛날, 고구마는 사람들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한 구황(救荒)작물이었다. 고구마는 가뭄이 들어 물이 없는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가난했던 그 시절, 감자와 달리 날 것으로 익힌 것으로 가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던 고구마는 ‘하늘이 내린 귀한 작물’이었다.

지금은 미국 우주항공우주국(NASA)에서 우주 시대 식량 자원으로 선택할 만큼 건강식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고구마에는 식물성 섬유소와 비타민C가 풍부하고, 몸속에 들어가면 비타민 A로 바뀌는 ‘베타카로틴’이라는 항산화·항암물질이 함유돼 있다. 그래서 고구마를 즐겨 먹으면 ‘면역력이 높아지고 감기에 잘 걸리지 않으며 기미와 주근깨가 사라진다’고 한다.

이 가을, 고구마가 제철을 맞았다. 뜨거운 고구마에 우유 한잔을 곁들이면 최고의 간식이다. 잘 구운 고구마에 신김치 한 조각을 얹어 먹는 개운함을 어떻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삶아 먹고, 구워 먹고, 튀겨 먹어도 맛있는 가을철 별미. 줄기와 잎, 뿌리까지 버릴 게 하나 없어 말 그대로 ‘완벽한 식품’인 고구마.

고맙다, 고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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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 생산자 이야기 - 기운 좋은 땅, 여주에서 건강하게 길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