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감자에서 '추억의 맛'을 캐내다


감자는 우리 밥상에 흔하게 사용되는 식재료입니다. 특히 제철을 맞은 ‘하지감자’는 특유의 포슬포슬함과 고소하고 촉촉한 맛으로 다양한 요리에 쓰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어떤 요리든지 ‘잊을 수 없는 맛’이 있기 마련입니다. 자주 먹어 별 추억이 없을 것 같은 감자이지만, 기억에 남는 맛의 ‘순간’이 있습니다. ‘하지감자’ 한 알에 담긴 추억의 맛을 들어봤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추억이 떠오르시나요? 


파삭하고 쫄깃한 추억의 맛, 감자전


고향 강원도에서는 해마다 알이 튼실하고, 굵은 햇감자가 나올 때면 주변에 살던 친척들까지 모두 모여 하루 날을 잡고 감자전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감자를 씻는 사람, 껍질을 벗기는 사람, 강판에 가는 사람, 전으로 부치는 사람까지. 


감자전은 강판에 갈아 만들어야 제 맛이 난다고들 하죠. 그렇게 만들기 시작하면 너 한입, 나 한입 먹다 보니 부치는 족족 금세 없어집니다. 바삭하고 쫄깃한 감자전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어요. 감자전으로 배 채워 보는 게 소원일 정도였죠.


이제는 집에서 언제든지 원하는 때 감자전을 해 먹습니다. 배가 부르도록 감자전을 먹을 수 있지만, 예전 같은 맛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음식을 해 먹던 그 기억이 주는 맛 때문인 것 같아요. - 아이디 소반 


감자전 감자를 강판에 쓱쓱 갈아줍니다. 강판에 갈아야 섬유질이 그대로 남아 있어 쫄깃합니다. 간 감자를 짜냅니다. 짜낸 물에서 녹말만 건져 감자 건더기와 섞은 후 간을 한 뒤, 기름을 넉넉히 두른 팬에 한 수저씩 떠서 도톰하게 부칩니다. 이렇게 하면 전분을 따로 넣지 않아도 감자전이 질척해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내 생애 가장 특별한 간식, 감자크로켓

감자크로켓 요리가 흔하지 않던 시절, 어머니는 어떻게 아셨는지 도시락 반찬으로 감자크로켓을 싸 주셨습니다. 그걸 도시락 반찬으로 싸가는 날엔, 아이들이 다들 모여 이게 뭐냐고 묻고, 한번만 먹어 보자고 달려들었습니다. 쑥스러움을 많이 타던 저는 그렇게 아이들의 관심을 받는 게 좋지 않았어요. 그냥 남들 다 먹는 평범한 반찬을 먹고 싶었는데 말이죠. 지금 생각해보면 뭐 하나를 만들어도 특별하게, 도시락에 담아도 예쁘게 담아주던 어머니에게서 감각과 감수성을 배운 것 같아요. - 아이디 suribi


감자크로켓 감자는 껍질을 벗긴 후, 소금을 조금 넣고 푹 삶아 건져 물기를 말리고 주걱으로 으깹니다. 물기가 없어야 모양이 잘 나와요. 당근, 데친 브로콜리, 삶은 달걀노른자를 잘게 다진 후, 감자 으깬 것을 넣고 소금, 후추로 간을 한 후 섞습니다. 동그랗게 모양을 만들어 밀가루, 달걀물, 빵가루를 묻혀 미리 달궈둔 현미유에 노릇노릇하게 튀깁니다. 기름을 빼주고 한김 식힌 후에 먹으면 바삭바삭한 감자크로켓을 먹을 수 있습니다.



포슬포슬 따뜻한, 감자밥

초등학교 시절, 그때는 군것질거리도 별로 없고 집안 형편도 그리 넉넉하지 않았어요. 감자가 많이 나오는 철이 되면 어머니는 쌀에 감자를 넣어 감자밥을 지어 주셨습니다. 왜간장을 밥 위에 조금 뿌려 숟가락으로 쓱쓱 비벼 맛나게 먹던 기억이 납니다. 어머니가 해주신 감자밥이 참 그립네요. - 김상태 조합원

감자밥 감자밥을 할 때는 밥물을 90%만 넣습니다. 감자에서 수분이 나와 질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감자를 듬성듬성 잘라 쌀 위에 얹고 밥을 합니다. 다 된 밥을 양념장에 비벼 먹으면 포슬포슬 따뜻한 감자밥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장마철에 생각나는, 감자 수제비

학교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 갑자기 비가 내렸습니다. 장마철이니 우산 챙겨가라는 엄마의 말을 듣지 않고, 그냥 학교에 갔는데 말이죠. 가방을 머리에 이고 집까지 냅다 달립니다. 집에 도착하니 엄마는 감기에 젖은 몸과 옷을 수건으로 닦아 주며 막 방금 끓인 감자 수제비를 차려 주셨습니다. 으슬으슬 젖은 몸이 뜨거운 감자 수제비 한 그릇에 따뜻해집니다, 수제비 안에 들어 있는 감자의 폭신폭신한 맛, 가장 맛있었던 기억입니다. - 아이디 도시락남

감자 수제비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고, 감자를 넣어 끓인 후 밀가루 반죽을 떼어 넣습니다. 애호박, 당근, 마늘 등을 넣고 바글바글 한소끔 끓여 주면 장마철 간단하게 한 끼 식사로 좋은 감자 수제비가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