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생협월례포럼]독일의 탈핵선언, 우리는 왜 안 되는가?

 


2012년 3월 15일 목요일 오전 10시,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서교동 교육장에서 2012년 첫 월례포럼이 열렸습니다. 3월 생협월례포럼은 ‘독일의 탈핵선언, 우리는 왜 안 되는가?’라는 주제로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이 강의를 맡아주었습니다.

우리에게 닥친 위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넘었습니다. 그런 끔찍한 사고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봤음에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현재 21개인 핵발전소를 42개까지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최근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12분 동안 멈춘 사고 있었다는 소식이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1달 동안 보고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기 공급이 안 된다는 건 핵연료봉을 냉각시킬 방법이 없다는 뜻입니다. 자칫하면 후쿠시마 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던 큰 사고였지만, 대한민국에서는 그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하승수 사무처장은 우리에게 닥친 3대 위기를 ‘방사능과 생명위기’, ‘기후변화와 식량위기’, ‘화석에너지 정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재생가능에너지 비중 OECD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고, 식량자급도 역시 최하위 수준이라고 합니다. 모든 문제가 다 시급하지만 이번 월례포럼에서는 ‘방사능과 생명위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하승수 녹색당 사무처장

 



원자력 발전소를 폐쇄할 수 없어서 연장한다고?

왜 수명이 다한 발전소를 폐쇄하지 않고, 연장시켜서 사용하는 걸까요? 이번에 12분간 운행을 멈춘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도 2007년도에 30년 수명이 다했지만, 정부에서는 수명을 늘려 연장 가동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원자력 발전소를 연장시켜 사용하는 이유는 발전소를 해체해 본 경험이 없기 때문입니다. 발전소 안에 있는 거대한 핵연료봉을 처리할 방법도, 시간도,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발전소를 해체한 경우는 정말 드물다고 합니다. 해체하려면 보통 10년~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1, 2조의 어마어마한 돈이 들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술로는 핵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합니다. 땅 밑에 묻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합니다. 그래도 핀란드에서는 핵폐기물을 후손에게 넘기지 않고 이 세대에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폐기물을 묻기 위해 공사에 100년이 걸리는 굴을 파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는 이 폐기물을 그냥 임시저장하고 있습니다. 마땅히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해 미래 세대에게 이 어마어마한 짐을 떠넘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밀집도 세계 1위

현재 대한민국에는 총 21개의 원전이 있습니다. 이미 핵발전소 밀집도는 세계 1위인데, 정부는 앞으로 21개를 더 지을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다 지으면 모두 42개의 원전이 대한민국 땅 안에 세워지게 됩니다. 여기에서 나오는 방사능 폐기물은 어떻게 보관해야 하는 걸까요? 30년 후를 생각해 봅니다. 30년 후에는 핵발전의 원료가 되는 우라늄도 고갈될 거라고 합니다. 그러면 더 이상 원전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때는 이미 핵폐기물이 엄청나게 쌓여 있겠죠. 미래 세대들은 원전을 이용해 전기를 얻기는커녕, 뒤처리만 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것도 모두, 안전하게 보관되었을 경우에만 가능한 일입니다.

흔히 우리나라는 일본처럼 지진이 발생하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할 거라 얘기합니다. 하지만 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자연재해로만 일어나는 게 아닙니다. 이번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 중단 사고만 보더라도, 인간의 실수로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원자력 발전이 싸다는 정부의 주장 속에는 핵 폐기물 처리 비용이나 보관 비용이 계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태양광, 풍력발전 기술이 발전하면서 가격이 낮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10~20년 후가 되면 태양광 발전이 훨씬 더 경제적인 에너지가 될 것입니다. 

탈핵 선언을 한 독일의 사례는 우리에게 참고가 될 만한 아주 좋은 사례입니다. 원자력 발전에 의한 에너지를 서서히 재생가능에너지로 대체하면서 원전을 줄이고 있습니다. 거기에 36만 개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되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핵발전 비중을 31%에서 59%로 늘리겠다고 합니다. 원자력 의존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원전을 계속 짓겠다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결국 건설업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험한 핵연료를 계속 사용하겠다는 이야기입니다.

작년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부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 부서를 만들었습니다. 원자력 관련 사고가 났을 때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이 위원회의 위원장인 강창순 위원장은 두산중공업 출신으로 최근까지 원자력산업회의 부회장을 지낸 인물입니다. 이런 사람이 과연 원자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안전성을 조사할 수 있을까요?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발걸음

대안은 있습니다. 독일이 했는데, 우리라고 못할 건 없습니다. 원전을 새로 짓지 말고 하나하나 멈추면 됩니다. 전기소비를 5% 줄이면 원자력 발전소 2.5개를 짓지 않아도 됩니다. 물론 전기요금은 조금 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기요금 체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기요금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나라 전기의 반절은 산업이 사용하는데, 정부는 산업용 전기를 원가 이하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전기요금이 문제가 아니라, 전기요금 체계가 확실히 잡히면 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이 모든 것들이 국민에게는 단 한번도 묻지 않고,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걸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은 시민에게서 나와야 합니다. 탈핵이 ‘쟁점’이 되어 우리의 투표에서 결정되어야 합니다. 특히 올해가 매우 중요합니다. 총선 이후 ‘탈핵 및 에너지전환기본법’을 추진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요즘 선거운동하러 다니는 정치인들을 만나면 ‘원자력 발전소에 관한 입장’에 대해 물어보세요. 시민들이 물어보면 그 사람들은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몇 명에게만 물어도 효과가 나타납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은 대학, 좋은 직장에 갔으면 좋겠다는 전제는 그때도 지금과 같은 세상일 거라는 생각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계는 먹는 것, 에너지가 모두 위협을 받게 되는 세상입니다. 앞으로 30년 후의 세상은 지금과 많이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원자력 발전을 그만두는 순간, 우리는 지속가능한 사회로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를 위하고, 우리 아이들을 위한 일입니다.

 


하승수 사무처장의 강의 내내 조합원들의 걱정 어린 한숨이 쏟아졌습니다. 자연에게, 인간에게 좋은 먹거리를 먹는 것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기 위한 걸음, 핵 발전소는 그만 두어야 한다는 데 많은 조합원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각자 생활 속에서 지킬 수 있는 내용을 적어 실천하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에서 공급하는 전기절약 생활재가 이 행동에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작은 습관 하나씩 변화하는 힘을 모아,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