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월례포럼]협동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


협동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

2011년 9월 15일 목요일 오전 10시,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서교동 교육장에서 ‘협동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사회, 새로운 경제’라는 주제로 정태인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원장의 강의가 열렸습니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은 이 땅에서 살아가는 생활인들이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아래로부터 세운 연구원으로, 노동자의 창조성에 바탕을 둔 경제체제와 통일민족경제, 국민직접정치를 지향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이번 강의 진행은 백지인 고양파주여성민우회생협 식생활교육위원장이 맡았습니다. 추석을 보내고 온 터라 ‘추석 혹은 가을에 관련된 생활재’와 함께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부모님과 지인에게 선물한 생활재와 그 선물을 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이야기했습니다. 아침부터 푸짐한 추석 먹거리 이야기로 월례포럼을 시작했습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시장은 흔히 수요와 공급으로 설명합니다. 시장에서 사과가 한 개에 3만원이라 하면, 그만큼 사 먹는 사람이 적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생산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많이 팔고 싶겠죠. 소비자는 값이 비싸지면 덜 사려고 할 것이고 생산자는 더 팔려고 합니다. 물건을 찾는 사람과 파는 사람의 이익이 교차되는 지점을 우리는 ‘균형가격’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자연스럽게 합리적인 시장가격이 형성된다고 배웠습니다. 하지만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동화에서 임금님의 옷이 보이지 않는 것은 옷이 없기 때문인 것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그 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시장실패

시장에서 ‘균형가격’이 형성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필요합니다. 이 균형가격이 이뤄지지 않아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되지 못하는 상태를 ‘시장실패’라고 합니다. 그 원인은 몇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공공재’ 때문입니다. 공공재란 모든 사람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입니다. 국방, 경찰, 소방, 공원, 도로 등과 같은 서비스가 공공재입니다. 시장에서 가격이 제 기능을 하려면 ‘경합성’과 ‘배제성’이 있어야 합니다. 경합성이란 물건 양이 제한돼 있어서 사는 사람이 경쟁해야 하는 것이고, 배제성은 돈을 지불하지 않은 사람은 물건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공재’의 경우에는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방을 떠올리면 됩니다. 휴전선을 지키는 군대가 나만 빼놓고 지킬 수 없으며(비배제성), 내가 군대를 믿고 편한 잠을 잔다고 해서 남들이 잠을 못 자는 것도 아닙니다(비경합성).

둘째, 외부성 때문입니다. 외부성이란, 내 행위가 다른 사람의 삶에 영향을 끼치는데 그것을 시장이 가격에 반영하지 못할 때 쓰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강을 오염시키는 볼펜 생산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지만 그것을 볼펜의 가격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사과꽃 향기는 만약 향기를 사고파는 시장이 있었다면 사람들은 사과꽃 향기에 대해 값을 지불했을 것이고, 과수원 주인은 사과를 더 심었을 것입니다. 외부선(외부경제)은 과소생산되고, 외부악(외부불경제)은 과잉생산됩니다. 경제학자 피구는 과수원 주인에게 보조금을 주거나 볼펜공장에 벌금을 물리는 것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정통적인 해법이고 많은 나라들이 애용할 정도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는 이 문제를 개인과 개인의 협상으로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탄소배출권거래가 코즈적 해법입니다. 

셋째, 독점이 문제가 됩니다. 한 시장에서 독점 생산을 한다면 덜 생산하고 많은 가격을 받으려 할 것입니다. 완전경쟁이란 어느 누구도 수요곡선을 알 수 없다는 걸 의미합니다. 하지만 독점이 되면 가격을 스스로 정할 수 있게 되고 보통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적은 양이 높은 가격에 공급됩니다. 

이런 시장 실패는 국가의 개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이런 시장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수요에 돈 없는 사람들의 필요는 반영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식량과 의약품을 가장 필요로 하는 아프리카나 북한의 사람들에겐 식량과 의약품이 절대로 공급되지 않습니다. 돈이 없기 때문이죠. 시장은 필요가 절박할수록 높은 가격을 제시하고, 그 가격을 지불할 때 공급을 하게 되는 시스템인데, 돈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존재 자체를 부정당하게 됩니다. 시장이 성공했어도, 균형 있게 돌아가도 그들에겐 식량과 의약품을 공급하지 않습니다. 이것이 시장 경제의 근본적인 한계입니다. 

 

 



인간은 이기적인가?

정태인 원장은 ‘인간은 이기적이 않다’고 말합니다. ‘최후통첩게임(Ultimatum Game)’을 통해 그 이론을 증명해 봅니다. 두 사람씩 짝을 지어 임의로 한 사람을 A, 다른 한 사람은 B를 맡도록 합니다. A에게 하늘에서 1만원이 떨어졌다고 가정합니다. 횡재를 한 A는 B에게 얼마를 줄지 제안합니다. B가 한 역할은 ‘예스’ 또는 ‘노’입니다. 만일 ‘예스’라고 한다면 A가 제시한대로 분배가 이뤄지고 게임을 끝납니다. 예컨대 A가 3000원을 주겠다고 제시했는데 B가 예스하면 A:7000원, B:3000원이 되는 것입니다. 한편 B가 어떤 이유로든 노라고 대답하면 둘 다 한 푼도 챙기지 못하게 됩니다. 
 게임 결과, 거의 모두 4000원, 혹은 5000원을 제시했습니다. 만약 경제학이 가정하는대로, 인간이 이기적이라면, 즉, A도 B도 이기적이라면 답은 A:9999원, B:1원입니다. 그러나 수천, 수만 번 행해진 이 실험에서 이 정답을 맞힌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4000원에서 5000원을 제시했고 2500원 미만인 경우에는 B가 노를 택한 경우도 꽤 많이 나온다고 합니다.
 인간은 이기적이지 않습니다. 남을 생각하고, 상대방이 불공정하게 행동했을 때 (손해를 보더라도)응징하는 존재입니다. 인간은 완벽하게 이기적이지도, 완벽하게 이타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런 상호성이 인간 본성에 더 가깝다는 것이죠. 

미국 하버드대 Martin A. Nowak 교수는 인간이 어떤 경우에 협동하는지에 대한 5가지 규칙을 발표했습니다. ○혈연선택(혈연관계일 때 인간은 협동한다) ○직접상호성이 있을 경우 ○간접 상호성이 있을 경우(사람에 대한 평판이 잘 알려지면 알려질수록, 그 사회는 협력이 잘 이루어진다) ○네트워크 상호성 ○집단선택이 그것입니다. 협력이 잘 이루어질수록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하는 사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협동조합의 7원칙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습니다.

 



사회적 딜레마

사회적 딜레마는 전체의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에 발생합니다. 첫 번째가 ‘공공재’로 모든 사람이 이기적으로 행동하면 사회적 이익이 실현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공유지의 비극’이라는 논의에서 그 개념이 등장합니다. 이 비극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사적 소유와 국가 규제를 제시했습니다. 이런 주장을 뛰어넘어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 교수는 공유재산을 정부 통제나 사유화에 기대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바로 ‘공동체의 협력적 관리’가 그 방법입니다. 정치학자이자 여성 최초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오스트롬 교수가 ‘협동’의 힘을 강조한 것이죠. 그리고 세 번째로 우리가 사회적 딜레마를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접하는 개념은 '죄수의 딜레마'입니다. 죄수의 딜레마는 나도, 상대방도 무조건 서로를 배반하는 것이 각자에게는 유리하지만, 전체적으로는 가장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많은 경우에 죄수의 딜레마에 빠져 있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사교육’입니다. 빠져나올 수 없는 이 게임의 승자는 결국 돈이 많은 사람입니다. 교육에 의한 세습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죠. 

 



사회규범(Social Norm)

사회규범적으로 ‘협력’과 ‘협동’이 자연스러운 사회가 있다. 이런 사회는 ‘신뢰(Trust)’를 기반으로 협력을 하게 되고, 그 신뢰가 쌓여 사회적 자본이 됩니다. 사회가치 조사에서 ‘당신은 얼마나 남을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가 각각 상위권을 차지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다행히 평균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지만 문제는 순위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가장 빨리 불신이 쌓이고 있는 나라죠. 게다가 한국 청소년들에게 이 조사를 했을 때 불신 수치가 가장 높게 나왔다고 합니다. 그것은 ‘교육’ 때문입니다. 


이탈리아 볼로냐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라는 지역의 주도인 볼로냐는 협동과 신뢰라는 사회적 자본이 잘 구현된 곳입니다. 인구는 약 400만 정도에 면적은 경기도의 2배 정도입니다. 1인당 GDP 4만 달러에 기업이 40만 개로, 기업당 고용인원이 5~6명 정도라고 합니다. 하지만 이 기업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바로 ‘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곳 인구의 70%가 협동조합원이라고 합니다. 협동조합이 고용을 보장하고, 협동조합의 연합단체(Lega)에서 회계, 법률, 임금 계산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경제는 하나가 아니다

경제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뉩니다. 사적 영역인 ‘시장경제’는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이끌어내고 공공 영역인 ‘국가 경제’는 재분배를 통해 평등을 이끌어냅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이나 사회적 기업 같은 ‘사회 경제’는 상호성을 통해 연대를 이뤄냅니다. 우리 사회는 ‘사회 경제’ 영역을 확보해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협동조합운동입니다. 

아직은 미미한 협동조합운동, 그 시작을 우리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운동은 우리의 시장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협동’과 ‘신뢰’의 가치로 이뤄가는 새로운 사회, 먼 일 같지만 조금씩 조금씩 아래서부터 변화하는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10월 생협월례포럼 안내>

친환경 에너지, 어떻게 가능할까?
핵발전소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과 지속가능한 에너지 마련을 위한 대안을 모색합니다.

일시: 2011년 10월 20일 (목) 오전10시
강사: 이헌석 에너지 정의행동 대표
장소: 여성민우회생협 연합회 서교동 교육장